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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미국의 가계부채로 인해 촉발되었었다. 우리나라도 한 때 가계부채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그것을 관리하는 데 많은 정책적 노력을 기울였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가계부채가 누증되는 것을 막지 못하였고 지금에 이르렀다.

 

그리고 한국은행이 11월 30일 정책금리를 인상함으로써 가계부채 문제가 더욱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 경기가 하강 국면으로 접어드는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 경기 하강으로 가계소득이 크게 늘지 않는다면 가계의 부채 상환 능력은 약화되기 마련이다. 그 결과 금융기관 부실이 누적된다면 혹시라도 옛날과 같은 경제 혹은 금융 위기가 전개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깔려 있는 것이다. 여기에 금리마저 상승한다면 그 걱정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규모 1500조 원을 넘어 커졌지만 증가세는 둔화

 

우리나라 가계부채는1,500조원을 넘어섰다. 2018년 3/4분기 말 현재 가계신용은 1,514조원으로 집계되었다. 다행히 그 증가세는 둔화되고 있다. 2016년 중 12%에 달하던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이 2018년 3/4분기(기말 기준)에는 6.6%로 낮아졌다. 분기별 증가폭도 22조원에 불과하여 30조~40조원에 달하였던 종전에 비해 크게 축소되었다. 가계부채 증가세 둔화는 부동산 가격 상승을 배경으로 그간 가계대출이 급속도로 늘어난 데 대해 정책당국이 일련의 정책수단을 강구한 결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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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GDP의 87.5% · NDI의 167%…자영업대출 포함하면 더 커져

 

가계부채 규모가 경제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큰 것은 사실이다. 2018년 3/4분기 말 현재 가계부채 1,514조원은 국내총생산(GDP)(2017년 기준 1,730조원)의 87.5%, 개인부문 순처분가능소득(NDI)(2017년 기준, 908조원)의 167%에 달하는 수준이다. 미국이 2008년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이 금융위기를 촉발하였을 당시 가처분소득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40%를 약간 밑도는 정도였던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가계부채 수준은 상당히 높다.

 

또한 자영업자 대출을 감안하면 가계부채 규모는 더욱 커질 여지가 있다. 2018년 2/4분기  말 현재 자영업자 대출은 대략 590조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이중 201조원이 기존 가계대출에 포함된 것이고, 나머지 380조원은 기업대출로 분류된 것이다. 후자는 사업자등록증에 기반한 사업자대출 형태로 가계신용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궁극적으로 사업자 개인이 부담하는 부채라는 점에서 가계부채와 동일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결론적으로 개인사업자 대출 380조원 정도는 가계부채로 인식하는 것이 무방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가계부채 절대 규모가 크다면 경제적 위험을 초래할 소지가 큰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위기가 온다거나 곧 바로 그 규모를 축소하는 단계로 이행하여야 한다는 식의 주장은 곤란하다. 2008년 당시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등은 지금 우리나라보다 부채 관련 지표가 좋지 않았음에도 위기 상황에는 이르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가계부채 규모나 수준 그 자체가 바로 위험을 초래하지는 않는다. 

 

이 상황에서 분명한 것은 과도한 가계부채 수준을 엄중히 인식하여야 한다. 그리고 앞으로 전개될 경제상황에 비추어 파생될지도 모르는 어려움을 현명하게 극복할 수 있도록 가계부채를 적절히 관리해나가야 한다는 사실이다.

 

가계부채 문제로 경기둔화 더욱 심화될 가능성

 

먼저 누적된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지를 여러 모로 생각해보자. 그중 첫 번째가 경기진폭을 확대시킬 가능성이다. 일반적으로 금융부문이 경기진폭을 확대시키는 일명 “금융의 경기증폭(financial accelerator) 메커니즘”이 작동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는 경기호황기에 금융부문에서 대출을 늘림으로써 경기를 정상 이상의 수준으로 활성화시키는 반면 경기하강기에는 유동성 공급을 과도하게 줄여 경기침체의 골을 깊게 한다는 것이다. 본래 이 메커니즘은 기업의 투자활동을 전제로 확인되었던 것인데 가계부채에 대해서도 적용될 여지는 충분하다.

 

가계부채가 누적된 우리나라에서는 앞으로 예상되는 경기둔화가 일반적인 금융증폭 메커니즘을 작동시키는 데 더하여 다른 요소들이 서로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과정도 추가적으로 가세할 가능성이 있다. 

 

일반적 형태의 금융증폭메커니즘을 살펴보면 경기둔화로 소득 향상이 더디게 되면 가계 및 개인 부문에 대한 금융기관들의 대출 태도가 경직될 가능성이 있다. 2015년 이후 대출확대로 소비가 어느 정도 지탱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예상되는 금융기관의 대출태도 경직은 소비수요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가계부채에 대한 금융기관들의 태도에 변화가 수반된다면 경기 둔화가 실물경제 흐름 이상으로 심해질 가능성이 있다.

 

이외에도 가계부문과 연관된 요소들로 인하여 부정적 연결 고리가 새롭게 형성 작동될 가능성이 있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자영업이다. 자영업은 대부분이 음식 숙박 부동산업 등 내수 업종으로 형성되어 있다. 경기둔화, 유동성 제약 등에 따른 소비지출 축소는 자영업 매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결국 자영업을 통해 부정적 금융증폭메커니즘이 작동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앞으로의 경기둔화가 예상외로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반도체 등 일부 제조업종 위주로 성장해온 우리 경제가 이 업종 제품들에 대한 세계수요 둔화만으로도 경기 둔화의 골이 깊을 수 있다. 거기에 더하여 가계부채 및 자영업자 등 금융부문의 문제로 인하여 경기둔화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일부 계층에게 긴급대출 수요가 집중될 우려 

 

경기 둔화는 전반적으로 가계부채 증가세를 둔화시킬 것이다.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에 의한 대출 수요가 현저히 감소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특수 요인으로 경기둔화 초기에는 일부계층의 대출 수요를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 우선 저소득층 등은 경기 둔화로 소득원을 잃게 되면 의료비 학자금 등 긴급 생활자금 용도로 금융기관 대출금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이러한 사례를 이미 경험하였다. 자영업도 경기둔화로 대출 수요가 느는 부문이 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에도 자영업 대출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이는 가계부채 증가세의 전반적 둔화와는 대조적이다. 그 배경으로는 경기 둔화의 확산 등으로 채산성이 더욱 악화됨에 따라 운전자금을 대출로 충당하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저소득층, 자영업자 등의 경우 긴급자금 수요를 대출로 충당해야 하는 상황은 정책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앞으로 가계부채 총량 관리 등에 있어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가계부채 총량을 갑자기 엄격하게 관리한다거나 무리한 수준의 목표를 설정한다면 과다채무 부담자 등을 포함한 취약계층에서는 유동성 경색의 상황에 직면하게 되고 직접적으로 타격을 입게 된다. 그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위험이 증폭될 소지가 있음을 유의하여야 할 것이다.

 

부동산 시장을 매개로 한 위험 증폭 가능성도 잠재

 

본래 부동산은 유동성이 낮은 자산이다. 부동산은 그 가치를 평가하기 쉽지 않고 거래 당사자를 구하기도 어려워 매매 등 거래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근래 부동산은 주요한 금융수단으로 활용될 여지가 커졌다. 대부분의 주택이 규격화된 아파트 형태로 구성되어 그 가치를 평가하는 시장메커니즘이 상당히 발달되었다. 잠재적 거래 당사자가 두텁게 형성되어 시장 구조도 경쟁의 형태에 가깝다. 부동산 시장의 성격이 바뀌면서 부동산을 일종의 유동성 확보 수단으로 인식하는 경향마저 대두되고 있다. 특히 보유 부동산을 담보로 금융기관 대출을 신청하면 기계적, 즉각적으로 대출이 이루어지는 실정이다. 심지어는 전제보증금도 대출의 기초자산으로 활용됨으로써 유동성 공급 재원으로 활용될 여지가 새롭게 생겨났다. 개인이나 가계가 동원할 수 있는 부동산의 규모가 종전에 비해 현저히 커졌다. 주거용 건물의 경상가치만 하더라도 1,300조원을 상회하고 그 부속 토지까지 감안하면 4,000조원에 달한다(국민대차대조표상의 2017년 수치).

 

이와 같은 부동산의 성격 변화는 경제 및 금융 안정 측면에서는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부동산 시장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자아실현적 특성(self-fulfilling property)을 발현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부연하면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가 형성되면 외부 유동성 유입 없이도 부동산을 근거로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하여 부동산을 구매하는 경향이 확산될 수 있다. 초기 투기가 이루어지면 많은 투자자들이 가세하는 일종의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이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면 대출 여력 추가 확보, 다시 부동산 구입, 그리고 가격 상승 등 일련의 순환적 활동이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대출이나 신용을 수반한 부동산 가격 상승은 반전에 직면하게 된다. 그 파국이 완만하다면 별 문제 없겠으나 심한 경우에는 위기 상황으로 전개될 것이다. 경기둔화 및 그에 따른 유동성 경색 등이 진행된다면 그동안 부동산시장의 자아실현적 속성으로 상승했던 부동산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할 가능성도 크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여야 한다. 

 

이와 같은 상황이 전개되지 않도록 그 부동산시장 전반의 분위기 등을 적절히 관리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과제라 하겠다. 문제는 이러한 과제를 다루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일방적으로 억누르게 되면 지나치게 급락하는 상황을 맞을 수 있고 반대로 자아실현적 속성이 발현되면 어떤 규제 수단도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수도 있다.

 

전통적 접근법으로는 한계가 예상

 

앞에서 가계부채와 경제 상호간에 영향을 주고받는 과정을 몇 가지 상정해보았다. 이를 요약하면 경기 둔화 ? 가계부채 누적이 맞물려 서로 부정적 영향을 주고받을 가능서잉 크다. 가계의 채무상환 능력은 전반적으로 저하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특히 일부 계층에게 그 현상이 집중될 공산이 크다. 그리고 경기 둔화와 가계부채가 상호 작용하는 과정에서 부동산 가격의 대폭적인 하락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역시 담보 가치 하락 등으로 신용 경색을 초래함으로써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대개의 경우 부채를 관리한다고 함은 부채 규모를 일정 수준 이하로 유지하거나 차입자의 부채 상환 능력을 유지 내지는 향상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상에서 살펴본 경제 상황에서는 이 방식에 따른 가계부채 관리는 그 실효성을 확보하기 곤란하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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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12-04 22:13:49 최종수정 2018-12-05 09:3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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